중세국어 이야기

옛말인 중세국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입니다.
본문 중의 한글의 로마자 전사는 후쿠이 레이 방식.

>>> 더 자세히!>>>   액센트


 중세국어란 무엇인가? 

 언어에는 역사가 있다. 한국어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세국어는 훈민정음이 창제된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때까지의 한국어를 가리킨다. 한국어의 역사구분에 관해서는 학자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고려시대를 "전기 중세국어", 조선시대 전반을 "후기 중세국어"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일본에서는 훈민정음 창제로부터 임진왜란까지를 중기어(中期語)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고노 로쿠로(河野六郞)박사의 명명이다.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는 한자에 의해 한국어를 표기했기 때문에,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언어의 모습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고대 일본어는 한국어였다"라는 소리는 100% 가짜다).
 이 홈페이지에 실린 고서 그림은 훈민정음 창제 직후에 편찬된 "석보상절"의 한 페이지다. 중세국어는 이와 같은 15세기 한글 문헌에 의해 연구된다.

 중세국어 음운 

 시대가 다르면 발음도 다르다. 현대어에 없었던 소리도 있었고 또 그것을 나타내는 특수한 글자도 있었다. 우선 중세어 음운 일람표부터 보기로 하자(표 중에 한글 오른쪽은 후쿠이 레이 방식 로마자 전사, 그 오른쪽 [ ] 안의 기호는 국제 음성 기호임).
(1) 자음
중세국어 음운 일람  훈민정음에서는 자음을 중국 음운학의 용어를 이용해서 아음(牙音), 설음(舌音), 순음(脣音), 치음(齒音), 후음(喉音)의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현대 언어학의 연구개음, 치경 폐쇄음, 양순음, 치경 마찰음(또는 파찰음), 인후음에 각각 대략 해당한다. 평음, 격음, 경음이란 계열은 현대어와 같지만 중세어에서 경음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ㆅ"이 특징적이다.
 치음 "ㅈ", "ㅊ", "ㅉ"은 현대어처럼 ch 발음이 아니라 ts 발음이었다고 추측된다. 언어학 용어로 말하자면 "비구개음화음"인데, 이 소리는 평안도 방언에 남아 있으며 서울 방언에서도 여성의 발음에서 가끔 들을 수 있다. 또 "시", "샤"도 구개음화되지 않고 영어 see처럼 발음되었다고 추측된다.
 마찰음 "ㅸ", "ㅿ"은 어중에만 나타나는 소리다. "ㅸ"은 양순 마찰음 [ß]로 생각된다.
 현대어 맞춤법으로는 초성에서 자음이 없는 것을 나타내는 자모와 받침 소리 "ng"을 나타내는 자모는 다같이 "ㅇ"이지만 중세어에서 "ㅇ"은 오직 자음이 없는 것만을 나타내고 "ng"는 "ㆁ"으로 나타낸다.
 중세어에 복합자음이 있었던 것은 현대어와 큰 차이가 있다. 경음은 같은 자모를 나란히 적지만 그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자모를 나란히 적어서 복합자음을 표기했다. 예를 들면 "ㅳ", "ㅴ", "ㅶ" 등이 그것이다. "뜻"은 "ㅳ"에다가 "ㅡ"와 받침 "ㄷ"을 썼는데, 이것은 "브듯"과 같은 발음이었을지도 모른다. "ㅅ"을 왼쪽에 적는 "ㅺ", "ㅼ", "ㅽ"은 복합자음을 나타냈다는 주장과 경음을 나타냈다는 주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결론이 아직 나지 않고 있다.
(2) 모음
 모음은 대략 같지만 "아래아"가 있었던 것이 특징적이다. "아래아"는 영어 cut의 u 같은 발음이었다고 추측된다. 제주도 방언에만 이 모음이 남아 있다. 양모음과 음모음이 각각 세 개씩 있어 잘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ㅣ"는 중성모음이다.
 "ㅏ"에 "ㅣ"를 붙인 자모 "ㅐ"는 현대어로 [ε]처럼 발음하지만 중세어에서는 글자 구성 그대로 [ai]라고 발음되었었다. 마찬가지로 "ㅔ", "ㅚ" 등도 [ei], [oi]라고 발음되었다.
(3) 액센트(성조)
 중세어 문헌을 보면 한글 옆에 "·"이나 ":"이 찍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은 "방점"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성조"를 나타낸 것이다. "성조"라고 해도 중국어 성조와 다르고, 일본어 높낮이 액센트와 같은 것이다. 점이 없음을 평성이라고 하며 낮은 소리, 한 점은 거성이며 높은 소리, 두 점은 상성으로 낮다가 높아지는 소리를 나타냈다. 다시 말해, 중세어는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소리의 높낮이로 의미를 구별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 "성조" 즉 액센트도 대부분의 방언에서는 사라지고, 지금은 경상도와 함경도 방언에만 남아 있다.

   액센트의 더 자세한 해설

 중세국어의 문법 

 중세어 문법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현대어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당연하겠지만). 체언에 붙은 어미는 현대어와 유사하지만 용언에 붙는 어미는 전혀 다르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습니다"라는 어미조차 중세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과 같은 뜻의 어미를 억지로 중세어에서 찾는다면 "-나이다"("나"는 아래아, "이"는 "ㆁ"에 "ㅣ")로,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그 이외에도 "-는다면"을 나타내는 "-을띤댄", "-기 때문에"를 나타내는 "-을쌔"("ㅐ"는 "ㆎ") 등 낯선 어미가 수두룩하다.

 중세국어를 읽는다 

 그러면 위와 같은 것들을 실제로 중세어 문헌에서 확인해 보자.

 이것은 "석보상절" 제6의 9쪽이다. 한글 옆에 "·"이나 ":"이 찍혀 있는 것이 한눈에 확인된다. 첫째 줄 밑에서 두 번째 글자에 "ㅿ"이 있고 마지막 줄 위에서 여섯 번째 글자에 "ㆁ"이 있다. "아래아"도 첫째 줄 위에서 두 번째, 네 번째 글자에 있다. 한자 밑에 작은 글씨로 그 독법이 적혀 있다. 그 당시의 한자음을 나타내는 방법은 "동국정운"이란 한자 운서에 있는 소리를 따르고 있다. 실은 동국정운식 한자음은 실제 소리가 아니라 중국 한자음을 본떠 "그리 되어야 할" 이상적인 한자음으로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는 곧 사라져 버렸다.
 이 페이지를 현대어로 번역해 보기로 한다.

…(첫째 줄) 사람과 같이 여기시니 나는 부모를 여(둘째 줄)희고 남에게 붙어 사는데 우리 부모 (셋째 줄) 아들이 외롭고 헤매게 되어 인생 (넷째 줄) 즐거운 뜻이 없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만 (다섯째 줄) 목숨이 무거운 것이라 손수 죽지 못하(여섯째 줄)여 서럽고 애달픈 뜻을 먹어 힘들게 살(일곱째 줄)고 있으니 비록 사람들 가운데 살고 있어도 짐(여덟째 줄)승만도 못합니다. 서러운 인생이…

 단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끊어지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현대어는 "죽음을"처럼 어간인 "죽", 어미인 "을"을 각각 따로따로 적고 단어의 구성을 밝히는, 이른바 "형태소주의"의 맞춤법이지만 중세어는 소리가 나는 대로 적는 "표음주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주구믈"처럼 그대로 적는다. 이처럼 중세어는 표기법에서 보아도 현대어와 다르다.
 "석보상절"은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이다. 활자 모양에 아주 특징이 있다. "아래아"는 동그란 점으로 되어 있지만 이것은 훈민정음 창제 직후 문헌의 특징이며 그 이후에는 "、"과 같이 적힌다. 이 때 활자는 자음과 모음의 크기가 거의 같아서 현대의 글자와 비해 자음자모가 약간 커 보인다.

 일본에서의 중세국어 연구 

 일본에서 중세국어 개설서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河野六郞著作集"(전 3권, 고노 로쿠로 저, 平凡社, 1979)의 제1권이 있으면 편리하다. 이 중 "朝鮮語の系統と歷史(한국어의 계통과 역사)"는 중세어의 특징을 간결히 정리해서 좋다. 그 이외에도 제1권에는 중세어 관련 논문이 많다. "韓國語の歷史"(이기문 저,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 번역, 大修館書店, 1975)는 한국의 명저 "국어사개설"의 번역서이다. 고대어의 양상으로부터 현대어에 이르기까지 한국어의 역사를 개관한 책이다. 최근의 명저로서는 조선조의 민중 교화서인 삼강행실을 연구한 "諺解 三綱行實圖硏究"(전 2권, 시부 쇼헤이[志部昭平], 汲古書院, 1990)을 들어야 한다. 본문의 교주에서 서지학적인 분석까지 매우 치밀한 연구로, 한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2권은 문맥 어휘색인(KWIC색인)이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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