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국어 이야기
액센트

한글의 로마자 전사법은 후쿠이 레이 방식, 방점은 무점을 -, 1점을 +, 2점을 =로 로마자 전사 뒤에 붙었다.


1. 중세국어의 액센트

(1) 액센트와 방점

 중세국어에는 현대국어 경상도 방언이나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소리의 높낮이, 즉 액센트가 존재했다. "성조"라고도 하지만 이것은 한글 창제 당시에 학자가 중국 음운학의 용어를 빌려 쓴 것이며, 한국어 액센트는 중국어에 있는 것과 같은 성조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성조"라는 이름이 일반적이지만 이 호칭은 재검토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방점예 (1) 중세국어 문헌을 보면 한글 왼쪽 옆에 점이 붙어 있다. 이것은 액센트를 표시한 것으로 방점이라고 불린다. 점이 없음을 평성, 1점을 거성, 2점을 상성이라고 한다. "평성", "상성"이란 용어도 중국 음운학의 용어를 빌려 쓴 것이다. 중세국어의 평성은 저조, 거성은 고로이며, 상성은 상승조였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 중 상성은 저조와 고조가 복합된 저고조이므로, 중세국어 액센트는 저조와 고조 두 가지 레벨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예로 든 세 가지 단어는 왼쪽 예인 1점이 있는 mar(斗)이 고조(거성), 가운데 예인 2점이 있는 mar(語)이 저고조(상성), 오른쪽 예인 점이 없는 m@r(馬)이 저조(평성)이다. 마치 일본어에서 a-me(비; 고-저)와 a-me(엿; 저-고)를 구별하듯이 중세국어에서도 소리의 높낮이로 mar(斗)과 mar(語)를 구별했던 것이다.

(2) 액센트핵

방점예 (2) 일본어는 하나의 단어 안에서 어디서부터 소리가 낮게 발음되느냐가 액센트상 중요한 포인트다. 예를 들어 ka-ra-su(까마귀)는 ka 다음에서부터 낮게 발음되고, ko-i-no-bo-ri(잉어깃발)는 no 다음에서부터 낮게 발음된다. 이때 ka, no 직후에는 하강 액센트핵(核)이 있다고 본다.
 중세국어의 경우에는 반대로 어디서부터 소리가 높게 발음되느냐가 포인트가 된다. 따라서 일본어와 반대로 거기에 상승 액센트핵(줄여서 상승핵이라고도 함)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상승 액센트핵보다 앞 부분은 낮게 발음되고, 뒷 부분은 높게 발음된다.
 표에 있는 예 'er-gur-(얼굴) 이란 단어는 'er도 gur도 방점이 없어 둘다 저조이다. 따라서 이 단어에는 액센트핵이 없다고 본다. ha-n@r+(하늘)은 ha가 점이 없고 저조, n@r은 1점이 붙어서 고조이므로 n@r 직전에 상승핵이 있다고 본다. gu+rum+(구름)이란 단어는 gu에도 rum에도 1점이 있어 둘다 고조이므로 어두의 gu 직전에 상승 액센트핵이 있다고 본다. 상승핵을 「처럼 꺾쇠와 같은 기호로 표시하여 모라(소리의 단위)를 ○로 표시한 것이 표의 한글 옆에 있는 그림이다. 또 상성이 있는 단어, 예를 들어 mar=(語)과 같은 단어는 상성이 저조 모라와 고조 모라의 복합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로 표시된다. 그래서 mar=은 ○「○로 표시할 수 있지만 일단 2모라이면서도 1음절이기 때문에 1음절임을 표시하기 위해 ○「○와 같이 밑줄을 그어 놓는다.
 표 오른쪽은 주격어미 '이'가 붙은 형태를 실어 놓았다. '이'란 어미는 그 자체가 상승 액센트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로 표시된다. 따라서 액센트핵이 없는 'er-gur- ○○ 이란 단어에 '이'가 붙으면 ○○「○와 같이 '이'만 고조가 되어 1점이 붙는다. ha-n@r+ ○「○ 은 이미 n@r 직전에 액센트핵이 있기 때문에 '이'가 붙어서 ○「○「○ 로 되어도 '이'의 액센트핵은 의미를 갖지 않고 ○「○○로 해석된다. 액센트는 저조와 고조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한 번 고조로 바뀐 액센트는 더 이상 높은 소리로 바뀔 수 없고, 다만 고조로 머루를 뿐이다. gu+rum+ 「○○ 에 '이'가 붙으면 「○○○와 같이 고조 모라가 세 개 연속된다(원래는 「○○「○이자만 ha-n@r+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미 '이'의 액센트핵은 무의미하므로 「○○○로 해석된다). 한글을 보면 가운데 '루'에 점이 없어 "고조고"로 되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바로 아래에서 언급한다.

(3) 거성불연삼, 어말 평성화

 상승 액센트핵 뒤에서는 전부가 고조(거성)로 해석되지만 실제로는 저조(평성)이 실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은 고조가 세 개 연속됨을 피하는 중세국어의 음성상의 특성 때문이며 김완진 선생님은 거성불연삼(去聲不連三)이라고 부르신다. 액센트핵 뒤에 모라가 두 개밖에 없으면 둘다 고조로 실현되지만 세 개 이상이 있으면 아래와 같이 규칙적으로 저조가 나타난다(저조를 ○, 고조를 ●로 표시함).

 위의 표에서 '구루미'의 가운데 '루'가 저조(점 없음)로 나타난 것은 바로 이 거성불연삼에 의한 것이다. 음운론 수준에서는 고조로 해석되나 실제 음성으로서는 저조로 나타나는 현상이 거성불연삼이다.
 또 어말에서 고조가 두 개 연속될 때에 어말의 고조가 저조로 교체되는 현상이 있다. 김완진 선생님이 어말 평성화(또는 어말 겨평교체)라고 부르시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문장이 거기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간노 히로오미 선생님은 어말 평성화가 일어나는 형식을 "계속형"이라고 부르시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면, 아래에 있는 훈민정음의 한 구절에서 h@+non-,gie+cei-,bsy+nyn-은 액센트형이 모두 「○○이기 때문에 첫째 글자도 둘째 글자도 고조(거성)로 나타나서 둘다 1점이 붙어 있어야 되는데 실제로는 어말이 점이 없는 저조(평성)로 나타나 있다.

  

 위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어말 평성화는 관형형에서 자주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언급해 두어야 할 것이다.

2. 용언의 액센트

 용언은 활용에 따라 액센트가 정해져 있다. 중세국어는 제Ⅰ어기에서 제Ⅳ어기까지 네 가지 어기가 있었는데, 어기에 따라 액센트핵 위차가 바뀌는 것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아래 예는 bsy-da(使)와 ga-ga(去)의 예지만 bsy-da는 액센트핵이 항상 어두에 있는 데 반해 ga-ta의 경우 제Ⅰ·Ⅱ어기에서는 액센트핵이 없으나 제Ⅲ어기에서 어두에 액센트핵이 생기고 제Ⅳ어기에서 둘째 모라에 액센트핵이 나타나는 것처럼 어기 활용에 따라 액센트핵 위치가 달라진다.

 

 또, 어미는 각자 고유한 액센트핵을 가진다. 위의 예에서 go+나 d@i+는 「○처럼 첫머리에 액센트핵이 있지만 bsy+go+나 bsu+d@i+의 경우 이미 어간 첫머리에 액센트핵이 있기 때문에 어미에 있는 둘째 액센트핵이 무의미한 것은 1 (2)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둘째 액센트핵은 완전히 무시된다.

3. 접미사의 액센트

 접미사(선어말어미)에도 어기 활용이 있고 용언 어간과 마찬가지로 어기에 액센트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아래 표는 검양 접미사 -s@b-,존경 접미사 -si-,현재 접미사 -n@-의 활용과 액센트이다.

 

 -s@b- 과 -si-는 액센트핵 위치에 변동이 없지만 -n@-는 제Ⅳ어기에서 액센트핵이 생긴다.
 예를 들면 ni-r@-(云)라는 동사 어간에 -n@-가 붙을 때, ni-r@-는 액센트핵이 없기 때문에 ○○로 표시되며 모두 저조(평성)로 나타난다. 여기에 -n@-가 붙으면 -n@- 역시 액센트핵이 없기 때문에 저조로 실현되어 ni-r@-n@- 전체가 ○○○로 모두 저조가 된다. 여기에 -ni라는 어미가 붙으면 -ni는 액센트핵을 갖기 때문에 「○로 표시되며 ni-r@-n@-ni+ 전체로서는 ○○○「○로 표시되어 액센트는 "저저고고"가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ni에만 방점이 하나 달리게 된다.

 

4. 액센트핵의 변동

 어떤 종류의 어간에 어떤 종류의 접미사나 어미가 붙으면 액센트핵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위의 예는 h@-(爲)에 접미사 -n@-가 붙어 있다. h@-는 ○,-n@-는 ○로 둘다 액센트핵이 없기 때문에 본래 대로라면 ○○(저저)가 되어야 하는데 이 두 요소가 어울리면 어두에 액센트핵이 생겨 「○○(고고)가 된다.h@- 뿐만 아니라 ga-(去)나 ju-(與) 등, 어간이 액센트핵을 갖지 않는 1음절 모음어간 용언일 때, 뒤에 접미사 -n@-, -ge-, -de-, -si-, -z@v- 등이 붙으면 어두에 액센트핵이 생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체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na-(我) ○에 n@n+ 「○이 붙으면 ○「○가 아니라 역시 어두에 액센트핵이 생겨서 「○○가 된다.


5. 문헌에서 액센트를 확인한다

석보상절 권6 5장 그러면 중세국어 액센트를 "석보상절" 권6 제5장으로 확인해 보자.

첫째줄

둘째줄 셋째줄 넷째줄 다섯째줄 여섯째줄 일곱째줄 여덟째줄  이와 같이 중세국어 액센트체계는 아주 뚜렷하다. 따라서 위와 같이 액센트에 관한 몇 가지 규칙만 외우면 중세국어 문헌에 나타나는 액센트 현상은 거의 이해할 수 있다. 한국어 액센트를 이해하는 데는 복잡한 규칙이나 난해한 이론은 하나도 필요없는 것이다.

6. 유익한 문헌

 중세국어 액센트에 관한 기본 논저는 아래와 같다.

▲ 許雄(1955) '旁點 硏究', "東方學志" 第2輯, 延禧大學校出版部
한국 액센트 연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연구. 중세국어 어휘의 액센트형을 자세히 분류하고 현대 경상도 방언과의 대응관계를 분석한다. 한국어 액센트 연구의 고전적 논저이다.
▲ 金完鎭(1963) '形態部 聲調의 動搖에 對하여', "西江大學 論文集" 第1輯, 西江大學
거성불연삼, 어말 거평교체를 정식화한 논문. 이후의 액센트 연구에 큰 영향을 준 필독의 한 편이다.
▲ 金星奎(1994) "中世國語 聲調 變化에 대한 硏究", 서울大學校 國語國文學科 文學博士學位論文
액센트의 다양한 현상을 어원적 관점도 도입해서 면밀히 분석한 논저이다. 거성불연삼의 변칙적인 실현에 대해 날카롭게 논하고 있다.
▲ 고노 로쿠로[河野六郞](1953) '中期朝鮮語用言語幹の聲調に就いて(중기한국어 용언어간의 성조에 대하여)', "河野六郞著作集" 第1卷, 平凡社
어기를 도입해서 액센트 현상의 해명을 시도한 논문. 金完鎭(1963)의 거성불연삼 이론이 발표되기 전의 논저지만 그것에 유사한 언급이 있다.
 액센트론에 의거한 일본 연구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 가도와키 세이이치[門脇誠一](1976) '中期朝鮮語における聲調交替について(중기한국어에서의 성조교체에 대하여)', "朝鮮學報" 第79輯
액센트론에 의거해서 중세국어 성조를 분석. 방대한 용례를 자세히 분석하고 용언 어간의 액센트형을 확정했다.
▲ 후쿠이 레이[福井玲](1985) '中期朝鮮語のアクセント體系について(중기한국어의 액센트체계에 대하여)', "東京大學 言語學論集'85", 東京大學 文學部 言語學硏究室
중세국어의 액센트 현상을 전체적으로 체계화한 논저. 상성을 평성+거성으로 분석하여 그 중간에 액센트핵이 있다고 분석했다.
▲ 후쿠이 레이[福井玲] 편(2000) "韓國語アクセント論叢(한국어 액센트 논총)", 東京大學大學院 人文社會系硏究科 附屬文化交流硏究施設 東洋諸民族言語文化部門
현대국어 방언의 액센트를 액센트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두 편과 중세국어 한자어 액센트의 자료가 한 편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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