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동포란 무엇인가?
재일동포에 관한 이야기는 자주 화제에 올라가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어보면 사실은 잘 모른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것 같다.
≪재일동포≫라는 명칭은 동포끼리 쓰는 말로 널리 일본에서는 ≪자이니찌 간꼬꾸, 죠센징(재일 한국·조선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여기서 ≪죠센징≫이란 단어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좀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일본어로서 ≪죠센징≫이라는 단어는 꼭 멸시감이 포함된 말이 아니다. 재일동포를 ≪간꼬꾸징(한국인)≫으로 부르느냐 ≪죠센징(조선인)≫으로 부르느냐 하는것은 부르는 사람 또는 불리는 사람의 국적이나 신념 등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한국≫국적이기때문에 ≪간꼬꾸징≫이라고 불리기를 원하고 어떤 사람은 민족호칭으로서 ≪조선≫이 더 알맞다고 생각해서 ≪죠센징≫이라고 불리는것을 원한다. 그렇기때문에 ≪간꼬꾸징≫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똑바로 공화국을 지지한다거나 ≪죠센징≫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조선만을 자기 조국으로 생각한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결국 일본어로는 ≪간꼬꾸(한국)≫든 ≪죠센(조선)≫이든 자기가 쓰고싶은 호칭을 쓰면 되는것이다. 동포끼리 이야기할 때는 ≪도호(동포)≫라는 말이 흔히 쓰이기도 한다.
≪재일동포≫ 즉 ≪재일 한국, 조선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일본에 오래 사는 조선인이면 다 재일동포가 되는가? 아니면 일본으로 이민을 간 사람들을 지칭해서 ≪재일동포≫라고 부르는가? 대답은 둘다 아니다. 일반적으로 리해되고있는 ≪재일동포≫의 정의는 ≪해방전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계속 일본에 사는 조선인 및 그 후손들≫이다. 따라서 해방후에 일본에 류학을 가서 그대로 거기서 취직을 한 사람은 재일동포가 아니라 말하자면 ≪체류 조선인≫이 되는셈이다. 또 재일동포와 결혼한 본국인이나 일본사람과 결혼한 조선인이 일본에 정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뉴카머(new comer)≫라고 부르고 이미 사는 재일동포와 구별을 한다.
재일동포의 국적
재일동포의 수효는 지금 약 67만명이다. 그 67만명은 다 일본국적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일본사람으로 귀화하지 않은 사람을 재일동포로 보는것이다. 그 동안 일본사람으로 귀화한 재일동포는 약 16만명정도 있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재일동포의 실제수효는 67만보다 더 많아진다.
67만 재일동포의 국적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국≫국적이고 또 하나는 ≪조선≫국적이다. 흔히 ≪한국≫국적은 남조선사람, 조선국적은 북조선사람이라고 리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선국적동포는 전체의 20% 정도라고 추측되는데 북조선출신자들은 전체재일동포중의 10%도 안된다. 재일동포의 국적문제에는 사실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일제시대에 조선인의 국적은 모두 일본이었지만 45년 해방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에게는 모두 ≪조선≫국적이 부여되였다. 이때는 아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남조선도 생기지 않았던 시기였기때문에 여기서 ≪조선≫이란 말은 그저 ≪조선반도출신자≫라는 뜻밖에 없었다. ≪조선≫이란 호칭도 일본에서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호칭이 ≪조선≫이기때문에 그저 그 단어를 썼을뿐이다. 그러다가 48년에 남북 따로따로 나라가 생겼기때문에 남조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적란의 기재를 ≪한국≫으로 바꾸라고 일본정부에 요구를 했다. 이때부터 재일동포의 국적란에는 ≪조선≫과 ≪한국≫ 두가지가 생기게 되였다.
단 이때는 아직 남조선과 일본은 국교가 없었기때문에 일본정부에서는 ≪조선≫, ≪한국≫이라는 호칭이 그저 용어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던데 65년에 ≪한일조약≫이 체결되여 일본이 남조선과 수교되자 ≪한국≫은 정식적으로 국적으로 인정되였다. 그 한편, 일본은 아직까지 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일본에서는 ≪공화국≫국적이란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한국≫국적은 ≪대한민국국적≫이라는 뜻이고 ≪조선≫국적은 종전과 같이 ≪조선반도출신자≫란 의미밖에 가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국적≫이 아니라 ≪기호≫에 불과하기때문에 ≪조선≫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는 법적으로는 무국적자가 되는셈이다.
그런 이유로 ≪조선≫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가 총련계가 아니다. ≪조선≫국적을 가진 사람의 상당수가 총련에 속해있다는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세력에 소속하고싶지 않은 사람이나 ≪조선≫이라는 말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일부러 ≪조선≫국적으로 남아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본정부가 ≪한국≫만 국적으로 인정하는 관계로, 국적을 ≪조선≫에서 ≪한국≫으로 변경하는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 ≪조선≫으로 변경하는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선≫국적 소유자수는 줄어들기는 하되 결코 늘어나지는 않는다.
총련과 민단
주지한바와 같이 지금 일본에는 두개의 큰 재일동포단체가 있다. 하나는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약칭: 총련)≫이고 또 하나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약칭: 민단)≫이다. 일본에서는 보통 ≪죠센소렌(조선총련)≫, ≪간꼬꾸민단(한국민단)≫이라고 부르며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소렌(총련)≫, ≪민단(민단)≫이라고 부른다.
해방후 처음으로 생긴 재일동포 단체는 1945년 10월에 결성된 ≪재일본조선인련맹(약칭: 조련)≫이였다. 조련의 주된 활동은 200만명이나 있었던 재일동포의 귀국사업과 생활돕기, 우리 말 강습 등이였다. 일본에서는 패전이후 금지되였던 공산주의운동이 활발해지고 그것이 진보적인 운동의 대명사처럼 되고있었다. 조련 역시 점차 좌익적인 운동을 하게 되였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우익적인 사람들은 46년 10월에 ≪재일본조선인거류민단≫을 결성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재일동포단체의 남북분단의 뿌리다. 그후 조련은 49년에 일본당국에 의해 해산당하고 우여곡절끝에 55년에 총련을 결성한다. 민단은 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이름을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으로 바꾸고 94년에는 다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으로 바꾼다.
애당초는 조련, 총련의 조직세력은 압도적이였다. 재일동포가 차별이 많은 일본에서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도록 생활을 도와준 조련, 총련에 많은 재일동포들이 찬동했기때문이다. 게다가 60년대쯤까지 남조선은 북조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하고 정치도 매우 불안정했기때문에 사람들이 총련을 지지하는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추세였다. 그러나 70년대이후 북조선이 소위 ≪주체사상≫을 내걸며 80년대에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나타나고 남한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며 민주화가 이루어지게 되자 민심이 점점 북조선에서 멀어져 현재 총련을 지지하는 사람은 소수파가 되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