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문법



 일본어의 문법체계는 한국어와 매우 비슷하며 거의 "형제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조 사 

 유럽 언어의 경우, 예를 들어서 영어로 "나"란 단어는 "I, my, me"처럼 명사의 꼴 자체가 바뀌거나 어미변화에 의해 단어의 꼴이 바뀌지만, 일본어는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명사 본체 뒤에 "-가/-이, -를/-을, -에" 등 조사가 붙을 뿐이다. 그러니까 독일어나 러시아어를 배울 때 고심하는 격변화 따위는 외울 필요가 하나도 없다. 한국어에서 조사를 붙이는 듯이 일본어도 조사만 붙이면 된다. 예를 들면 "바다"란 단어는 일본어로 umi(우미)라고 하는데 "바다가"라고 할 때는 umi 뒤에 한국어 조사 "-가"에 해당되는 일본어 조사인 -ga를 붙여서 umiga라고 하면 되고, "바다에"라고 할 때는 "-에"에 해당되는 조사 -ni를 붙여서 umini라고 하면 된다.
 또 명사에는 유럽 언어와 같은 성(gender)의 구별이 없고 관사가 없는 것도 한국어와 똑같다. 남성명사냐 여성명사냐를 분간할 필요도 없고, 독일어의 "der, des, dem, den"과 같이 관사의 변화와도 아무런 인연이 없다.

 활 용 

 용언(동사, 형용사류)은 활용이라고 불리는 어형변화가 있다. 이 어형변화 역시 한국어와 비슷하다. 한국어의 경우, "먹습니다"란 단어는 "먹-"이라는 동사의 본체부분과 "-습니다"라는 뒷부분으로부터 이루어져 있는데, 일본어 동사도 이것과 마찬가지다. "먹습니다"는 일본어로 tabemasu라고 하는데, tabe가 "먹-"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masu가 "-습니다"에 해당하는 셈이다. 일본어 용언의 활용은 일본어 문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류에 속하겠지만, 이것조차 한국어의 용언 활용과 비슷하기 때문에 잘 생각해 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어와 존댓말 

 일본어에도 한국어와 유사한 경어, 존댓말이 있다. 경어는 한국어의 경우 동사 본체에 "-시-"를 붙이지만 일본어의 경우는 동사 본체에 -(ra)reru라는 것을 붙여서 만든다. "일어나다"는 일본어로 oki-ru라고 하는데(oki-가 본체부분, -ru는 어미), "일어나시다"라고 할 때는 본체 뒤에 -rareru를 붙여서 oki-rareru라고 하면 경어가 된다.
 존댓말은 한국어와 쉽다. 한국어에는 합쇼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 해요체, 해체라는 여섯 가지 존댓말이 있지만, 일본어에는 두 가지밖에 없다. 이 두 가지는 윗사람에 대해 쓰는 존댓말과 아랫사람에 대해 쓰는 반말의 두 가지로, 한국어보다 훨씬 단순하다. 존댓말과 반말의 쓰임쌔는 한국어와 똑같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사회적인 신분이나 심리적인 거리에 따라 미묘하게 가려 쓰인다.

 어 순 

 일본어 어순은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한국어와 같다. 기본적인 문형은 영어와 같은 "SVO(주어-동사-목적어)"가 아니라 한국어와 같은 "SOV(주어-목적어-동사)"이다. 이것은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배울 때 막강한 도움이 된다. 요컨대 머리 속에서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서 그 순서대로 일본어를 하면 그대로 일본어 문장이 된다는 것이다. 영어처럼 관계대명사에서 어순이 거꾸로 되거나 전치사에서 거꾸로 읽는 번거로움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또 꾸미는 말과 꾸며지는 말의 어순도 한국어와 똑같다. 한국어의 "햐얀 + 집"은 일본어로도 같은 어순으로 "하얀 + 집"이 된다. 유럽 언어 중에는 이와 반대로 "집 + 햐얀"이라는 어순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카사 블랑카"도 "카사(집) 블랑카(하얀)"이라는 어순이다.


칼럼  아버지는 지금 없습니다

 한국어의 경어는 윗사람이면 무조건 경어를 쓴다. 따라서 자기 회사에 전화가 걸려와서 사장님을 바꿔 달라는 전화에 "사장님은 잠깐 나가 계십니다"라고 하고, 집에 누가 찾아와서 아버지는 있느냐고 할 때 "아버지는 지금 안 계십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일본어의 경어는 이것과 달리, 윗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이 자기들의 "무리"에 속해 있으면 자기 또래로 보고 경어를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장은 잠깐 나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없습니다"처럼 말해야 한다. 만약에 이럴 때 한국어식으로 "나가 계십니다"라든지 "안 계십니다"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버릇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언어학에서는, 한국어 경어는 자신을 기준으로 해서 위냐 아래냐는 절대적인 관계에 따라 가려 쓰기 때문에 "절대경어"라고 하고, 일본어 경어는 상대방과의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경어"라고 한다. 같은 경어 하나만 보더라도 잘못 쓰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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