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소리



 일반적으로 일본어의 발음은 쉽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모 음 

일본어의 음운  일본어의 모음은 /a, i, u, e, o/ 다섯 개다. 이 중에서 /a, i, e/는 한국어의 "아, 이, 에"와 거의 똑같다. /u/는 일본어 표기법으로는 "우"로 표기되지만 실제 발음은 "으"와 가깝다. /o/는 "오"와 비슷하지만 입술이 한국어 "오"보다 덜 동그랗다. 모음수가 한국어보다 적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배울 때 발음하기가 쉬울 것이다.

 자 음 

 일본어 자음에서 한국어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유성음(목소리 나는 소리)과 무성음(목소리 안 나는 소리)의 구별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어에서는 /t/와 /d/를 서로 다른 소리로 인식한다. 이 구별은 영어의 tie(타이)와 die(다이)와 같은 구별인데, 이 구별을 "ㅌ", "ㄷ"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유성음이라는 것은 목소리가 나는 소리다. 목에 손바닥을 가볍게 대고 "나"라는 소리를 천천히 내어 보자. 그러면 "ㄴ" 소리가 날 때와 "ㅏ" 소리가 날 때, 목이 흔들흔들 진동되는 것이 확인된다. 그 다음에 "사" 소리를 천천히 내어 보자. 그러면 "ㅅ" 소리가 날 때는 목이 진동되지 않고 "ㅏ" 소리가 날 때만 목이 진동된다. 이 진동이 날 때가 목소리가 나는 소리, 바로 "유성음"이다. 그러면 같은 식으로 "타"와 "다"를 천천히 발음해 보자. 그러면 "ㅌ"도 "ㄷ"도 목에 진동이 안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ㅌ"이나 "ㄷ"은 단어 첫머리에 있으면 목소리가 안 나는 무성음으로 발음되는 셈이다. 따라서 "ㅌ, ㄷ"과 t, d의 구별은 전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어는 이와 같이 /t, d/ 이외에도 /k/와 /g/, /p/와 /b/ 등 무성음과 유성음의 구별이 있다. 이 구별은 한국어에 없는 구별이기 때문에 한국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발음이다.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배울 때 발음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이 무성음과 유성음의 구별이다. 일본어 문법에서는 전통적으로 무성음을 "청음(淸音)", 유성음을 "탁음(濁音)"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자음 중에서 /c/ [ts] 발음도 한국어에 없는 소리기 때문에 한국사람에게 어렵다. 흔히 "쯔", "쓰"처럼 발음하라고 가르쳐지는 이 소리도 정확히 발음하기가 매우 어려운 소리다.
 일본어에는 기본적으로 받침소리가 없다. 따라서 "학", "굴"과 같은 한국어 받침을 일본사람들은 제대로 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받침과 같은 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ㄴ" 받침 소리와 비슷한 /N/, "ㄷ" 받침 소리와 비슷한 /Q/가 있다. /N/은 "발음(撥音)", /Q/는 "촉음(促音)"이라고 불린다. 일본사람들은 /N/과 /Q/를 각각 하나의 소리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로 나는 소리는 /N/는 "ㄴ, ㅁ, ㅇ", /Q/는 "ㄷ, ㅂ, ㄱ" 받침 소리와 같다. 이것은 한국어의 "ㄴ" 받침, "ㄷ" 받침과 비슷하다. "ㄴ" 받침 소리는 "한강"이라고 할 때는 [항강]처럼 발음되기도 하고 "안마"라고 할 때는 [암마]처럼 발음되기도 하다. 또 "ㄷ" 받침 소리는 "바닷가"라고 할 때는 [바닥까]처럼 발음되고 "옷벌"이라고 할 때는 [옵뻘]처럼 발음된다. 이와 같은 "어정쩡하게 나는 받침소리"와 일본어의 발음, 촉음은 비슷한 소리다.

 높낮이 

 일본어는 일부 방언을 제외하고 소리의 높낮이에 의해 단어의 의미를 구별한다. 이 높낮이는 "고저 액센트"라고 불린다. 예를 들면 동경말의 경우, ame라는 단어를 a를 높게, me를 낮게 발음하면 "비"란 뜻이 되고, a를 낮게, me를 높게 발음하면 "엿"이란 뜻이 된다. 높낮이는 지방마다 각각 고유한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말 한두 마디만 들으면 그 사람이 다른 지방 사람인지를 금방 알아차린다. 이런 높낮이는 경상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을 빼고 한국어에 없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어정쩡하게 일본어를 하면 일본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금방 들켜 버린다. 높낮이를 습득하는 것은 한국사람이 일본어 발음을 배울 때 끝까지 고생하는 (그리고 흉내를 끝까지 낼 수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은) 최난관이다.


칼럼  관동 대지진과 한국어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배우면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이 잘 안 되어서 엉뚱한 대화가 될 때가 있다. "한국"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kankoku(칸꼬꾸)라고 하는데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이 잘 안 되면 이것을 kangoku(칸고꾸)라고 발음해 버린다. kangoku는 "감옥"이란 단어다. 그래서 "저는 kangoku에서 왔습니다"라고 하면 일본어로는 "저는 감옥에서 왔습니다"가 되어 버린다. 실제로 "감옥에서 왔다"로 잘못 듣고 겁을 먹은 일본사람의 이야기를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언어의 특성을 이용해서 일제시기에 언어가 한국인 학살에 공헌(?)한 적이 있다. 1923년에 일어난 일본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 등 유언비어가 나서 대대적인 한국인 학살이 벌어진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지만, 이때 한국사람이 단어 첫머리의 유성음을 발음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서 일본사람들이 한국인을 찾았다고 한다. 그 단어인즉 "juuen gojissen(10원 50전)"이란 말이다. 이 말을 한국사람이 발음하면 단어 첫머리의 j, g를 발음하지 못해 "chuuen kojissen(쥬우엔 고짓센)"이라고 발음해 버리는데 이렇게 이상하게 발음한 사람을 모조리 잡아 죽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때는 시골에서 올라와서 동경말을 못하는 일본사람도 이상한 발음 때문에 괜히 잘못 죽은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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